바오로에 대한 101가지 질문과 응답 요약(1)
제 4 부 바오로의 서간들
38. 바오로는 왜 서간만 썼는가?
▷ 바오로시대에는 복음서와 같은 문학양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 바오로는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선교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으며, 세워진 신앙공동체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당시 보편적이었던 서간양식을 이용함
39. 바오로는 왜 자신의 서간을 받아 적게 했는가?
▷ 바오로가 좋은 교육을 받고 읽고 쓰는 능력이 있음에도 서간을 받아쓰게 한 것은 바오로시대의 일반적인 관습이었다.
▷ 코린토1서 등 바오로가 직접 쓴 서간은 그 사실을 밝힘으로써 서간의 권위와 친밀감을 나타냈으며, 서간의 전달은 티모테오, 티토처럼 가까운 동료들을 보내어 전달하였다.
40. 제2바오로 서간의 친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제2바오로 서간의 친저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바오로의 사고와 일관성을 갖고 바오로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바오로의 서간 모두가 영감을 받은 성경으로서 정경에 속하며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 다만 서간의 배경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각 서간의 고유한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41. 히브리서의 저자는 누구이며 히브리인들은 누구인가?
▷ 히브리서는 양식 자체가 서간 보다는 작은 논문이나 설교에 가깝고 사용하는 단어, 정중하고 논리적인 문체, ‘예수 그리스도의 대사제직’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담고 있어 바오로의 서간과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하며 저자는 미지의 인물로 남아있다.
▷ 서간에서 구약성경을 많이 인용하고 있어 수신인이 ‘유다인’ 또는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단서가 될 만한 장소가 없어 히브리인들의 정체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42. 편지와 서간은 어떻게 다른가?
▷ 서간의 의미는 편지 보다 공식적인 것이며, 폭넓은 청중을 대상으로 하고 일반적 상황에 대해 쓰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초기 교부들은 야고보 서간 등 신약성경에 들어있는 7개 작품을 ‘카톨릭서간’이라 불렀다. 오늘날에는 그 구분이 많이 상실되었다. 서간을 편지라고 불러도 종교적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것은 아니다.
43. 바오로 서간은 친구에게 쓰는 편지와 같은가?
▷ 바오로서간은 개인적인 서간 양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서간이 개인적 내용을 담고 있거나 친구들에게 보낸 것은 아니다. 서간을 쓰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코린토서의 경우 공동체 안에 분열이 있음을 알리는 어느 집안 사람의 소식에 대해 일반문제 뿐만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 적용되는 특별한 문제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필레몬서의 경우 필레몬이라 불리는 한 개인과 그의 집안사람과 가정교회에 보낸 것이다. 이처럼 개인적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 안에서 시대를 넘어 전해지는 소중한 보물로 간직되며 그리스도교 사상에 깊고 독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44. 바오로 서간을 보관하여 성경에 포함시킨 사람은?
▷ 바오로 서간은 다른 정경과 마찬가지로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관되었다. 바오로가 선교활동 가운데 만난 여러 협력자들과 동료들, 그리고 제자들은 바오로의 서간이 그리스도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가르침과 신학적 의미를 지닌 특수 서간임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세세 대대에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서간을 소중하게 보관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여러 세기에 걸쳐 서간은 수집되고 보관되었다. 결국은 성 아타나시우스 시대에 이르러 바오로 서간은 신약성경과 함께 정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45. 바오로 서간은 형식이 모두 같은가?
▷ 바오로 서간은 기본적으로 그리스 로마 세계의 서간양식을 그리스도교 상황에 맞게 손질해 사용하였다. 모든 서간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다.
① 보내는 사람과 안부인사
② 감사의 말
③ 본문(메시지)
④ 윤리적 권고
⑤ 결론(여행계획 포함)
▷ 필레몬에게 보낸 짧은 서간뿐만 아니라 에페소서와 같은 회람성격의 서간도 이 다섯 가지 요소에 따라 구성된다. 다만 갈라티아에 보낸 서간만 감사기도 없이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는 과거의 관습으로 돌아가려는 유혹에 빠진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바오로가 매우 화가 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46. 바오로 서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바오로 서간은 그리스도교 역사의 진로를 결정한 사도적 인물의 위대한 증언으로 모두가 가치가 있고 신학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지닌다.
▷ 다만, 로마서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신학적으로 높이 평가 할 수 있다.
- 바오로의 비판적 사고능력과 신앙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전문기술
-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믿음으로 청중을 이해시키는 설득력
-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요약
47. 바오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한 적이 있는가?
▷ 바오로는 예수님에 대한 전승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인용하는 구절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에 기록된 복음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구두 전승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 다만 예수님의 가르침을 암시하는 구절은 많다. 그리고 바오로는 자신의 가르침과 주님의 가르침을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바오로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행위를 다시 수집하는 것보다 예수님이 하신 일의 의미를 알리는 것이었다.
48. 바오로는 예수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가?
▷ 바오로의 관심은 ‘역사적 예수’ 보다 ‘신앙의 그리스도’에 중심을 두었다. 여기서 ‘역사적 예수’는 나자렛 사람 예수의 삶과 공생활을 언급하며, ‘신앙의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예수, 곧 그분이 주님이요 그리스도라고 믿는 확신을 가리킨다.
▷ 바오로의 관심은 예수님의 지상 삶과 활동뿐만 아니라 지속되는 천상 중재를 포괄하는 더 넓은 차원의 예수님 이야기에 있었다. 예수님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갈라티아서(6,17)를 제외하고 <주님 예수>, <그리스도 예수>, <주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칭호를 사용함으로써 부활을 통해 하느님 아들의 주권을 갖춘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49. 바오로에게 복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 바오로가 사용하는 ‘복음’은 신약성경 복음서들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바오로는 힘차게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라고 부르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는 결과로 다른 신약성경 보다 복음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 일반적 용법에서 ‘복음’은 ‘좋은(기쁜) 소식’ 또는 ‘승리의 소식’을 뜻하며 악에 대한 하느님의 승리의 선포를 가리키기도 한다. 바오로의 서간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표현이 사용된다.
① ‘하느님의 복음’ :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의 기쁜 소식의 기원이라는 사실
② ‘그리스도의 복음’ :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쁜 소식
③ ‘그 복음’ : 하느님이 죄와 죽음에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사실과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행위(그리스도 사건)
▷ 바오로는 복음이 하느님한테서 오고 하느님의 아들과 관련된 것임을 강조한다. 때때로 바오로 자신이 복음을 소유하고(‘내가 전하는 복음’) 복음 선포의 의무를 지며,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이 넘쳐, 어떤 고통도 복음에 대한 열정을 방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고통이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한다.
50. 바오로는 구약성경을 어떻게 다루는가?
▷ 바오로는 구약이 유일한 성경이라고 생각했으며, 당시에는 히브리말과 그리스말 번역본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하였다. 바오로는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알고 있었으며 백 차례 이상 구약성경을 직접 인용하였고 그 내용을 암시하는 것은 훨씬 많다.
▷ 예언서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고 하느님의 신비로운 구원 계획이 예수님 안에서 계시되었다는 것이 구약성경에 대한 바오로의 관점이었다. 이스라엘의 성경은 하느님의 뜻을 간직한 저장고라고 여겼으며, 예언자들이 예고한 희망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메시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51. 라삐의 성경 해석 방법은 무엇인가?
▷ 라삐들의 성경해석 방법은 원래의 문맥 밖으로 한 구절을 끌어내어 문자적으로나 비유적으로 읽고 원래와는 다른 시간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바오로는 당시 라삐들이 쓴 전형적인 해석기법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하였다. 바오로는 성경을 인용할 때 아담․모세․아브라함․사라․엘리야 같은 구약 인물을 원형으로 삼는 방법도 썼다.(구약의 ‘예형론적’ 사용)
52. 바오로가 자주 다툰 적대자들은 누구인가?
▷ 바오로는 종종 어떤 사람들과 격렬한 논쟁을 하는데, 그 상대자는 공동체 내부 사람이거나 공동체 밖에서 온 사람일 수 있고, 유다인, 유다계 그리스도인, 이방인이기도 하였다.
▷ 여러 서간들 중에서 분위기가 부정적인 서간들에서 논쟁이 발생하는데 테살로니카서, 코린토1․2서, 갈라티아서, 필리피서에서 찾을 수 있다.
53.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드러내는 서간은 무엇인가?
▷ 바오로 서간의 많은 구절이 다음과 같은 사례로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① 사도들의 고난의 삶에 대한 묘사(1코린4,9-13) : 그리스 시대의 일반적인 철학적 태도 ② 사랑의 이상에 따라 살아가도록 권고하는 구절(1테살4,11-12) : 의존하지 않는 생활양식을 강조한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 반영
③ 그리스 수사학의 기법 사용(로마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