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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솔뫼도령 2009. 1. 11. 09:11

 

  이 책의 저자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통해 세계화와 지역, 민족주의를 고찰했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그가 최근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즈니스 활동에서는 국경이나 시간장벽이 없어지고, 심지어 위계질서가 생명인 군대에서 조차 실시간 정보의 공유로 권력관계가 수평, 협조방식으로 바뀌는 등 세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특유의 필체로 전달하고 있다. 이를 읽으면 거대한 변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아 위기감이 엄습한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 세계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9일 다시 태어났다.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됐으며, 단일 표준화가 가능해지면서 세계화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는 세상이 다시 개벽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서 '올리브 나무' 그늘에 파묻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그는 2004년 2월 인도 방갈로르의 한 아웃소싱 콜센터 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누구나 평등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3단계로 나누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항해한 1492년 이후 1800년 전후를 세계화 1.0 시대로 명명하고, 이 때는 국가간 힘의 경쟁과 협력이 주체가 되었다. '세계화 2.0시대'는 교통과 통신수단이 발달한 1800년 무렵에서 2000년까지로 볼 수 있으며, 국가 대신 다국적 기업이 변화의 주체가 되며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도입단계이다.


 '세계화 3.0시대'는 네트워크와 각종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개인 또는 소그룹이 변화주체가 되었다. 개인은 지구촌 어디에 살든 정보화 기기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영향력 발휘 속도는 빠르고 범위는 넓다. 평평한 세상에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저자의 결론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 방법을 생각해 둬야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나 마이클 조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처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아웃소싱이 불가능하고,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 평평화(平平化) 원동력으로 10가지를 꼽았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가 첫 번째다. 이어 윈도즈 운영체계의 출현, 네스케이프(Netscape) 출시, 오픈 소싱(open-sourcing), 아웃소싱(out-sourcing), 공급사슬(supply chaining), 인소싱(in-sourcing), 인포밍(in-forming) 등이다. 하나하나의 동력은 고립돼 있지 않고 2중, 3중으로 융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매년 2백50만 명의 대학졸업자와 8만9천명의 MBA를 쏟아내는 인도는 미국 샐러리맨들의 세금 계산에서 은행업무는 물론 최첨단 기술의 일부를 아웃소싱 받아 소화해내면서 점차 영역을 핵심기술 쪽으로 넓혀가고 있다. 뉴욕 사무실의 책상 몇 개를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서 일을 하게 하는 셈이다. 평평화 동력의 융합으로 2~3명이 뜻을 모아 거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인프라도 없고 자원도 없는 인도가 어떻게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는가? ‘운명의 여신은 준비한 자에게 복을 준다’고 파스퇴르의 말을 인용하였다. 꾸준한 교육을 통하여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고급두뇌를 보유함으로써 Y2K는 인도에 경제적 독립을 가져다주었고, 이후 경제개방과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자원이 부족하고 사람이 자원이며 높은 교육열 등 여건이 비슷한 우리나라의 경우에 이것은 훌륭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기업 환경이 변했다는 분석에 그쳤다면  또 한명의 미래학자 또는 컨설팅 업자로 전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국제문제의 최고권위자인 동시에 애국자이기도 하다. 변화의 정치적 성격을 읽어내고 이를 9.11테러 이후 '희망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공포를 수출하는 나라'로 전락한 미국을 각성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세계화3.0시대’ 평평화 동력을 융합시켜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는 오사마 빈 라덴도 포함된다. 프리드먼은 9·11테러가 미국에 남긴 가장 큰 폐해는 과도한 보호주의와 두려움이라고 진단한다. 세계는 미국이 과거의 기억에 함몰된 '9.11 세대'가 아닌, 미래의 희망이 더 많은 '11.9(베를린장벽 붕괴일) 세대'이기를 바란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회는 결코 평평화 동력을 융합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지적했듯이 인도의 첨단기술이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취업자 비율로 보면 인도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20대 80의 사회는커녕 99.8대 0.2의 세계화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아이들이 인도와 중국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을 앞당겨 걱정하는 것을 보면 그가 전해주는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꼼꼼하게 흡수하되 이 책은 결국 미국과 미국인을 위한 책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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