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애왔습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한 홀씨는 바람에게 들켜 바람의 갈피에 올라탈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 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 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 이문재, 중에서-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