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물 이야기

물에 대한 단상(斷想)

솔뫼도령 2009. 7. 20. 13:41

 오랜 가뭄 끝에 장마가 시작되었다. 물을 관리하는 일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물은 그 쓰임과 모습이 다양하고 신비스러워 쉽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은 바위를 뚫는 열정과 힘이 있으며, 만물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 한다 : 삼상(고체, 액체, 기체)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며, 시간적으로 태고적 물이 오늘에 이르고. 공간적으로 산과 바다를 순환한다. 물은 최고의 선(善)이다 :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이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항상 낮은 데로 임하는 덕을 갖추고 있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며 정화한다.

 

 성서를 읽을 때에 성서속의 물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발동 한다. 창세기 천지창조의 물과 노아의 홍수는 물론, 유난히 바다와 호수, 샘(우물)이 배경으로 많이 등장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나의 혼인잔치에서는 포도주가 되는 ‘변화의 물’이, 벳자타 연못에선 ‘치유의 물’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내게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말씀의 물’이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55,10-11)」


또한 야곱의 우물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는 말씀의 물을 마시도록 가르치셨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4,14)」말씀과 물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같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쉽게 접하고 가깝게 있기 때문인지 절실함을 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일상을 떠나 계곡이나 바다에서 물과 가까이 지내게 된다. 이 기회에 물에 대한 소중한 생각을 주문해 본다. 우리의 물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다. 얼마 전 가뭄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고통을 겪은 게 엊그제인데 홍수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기후 변화로 가뭄과 홍수는 커지고,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져 점점 물관리가 어려워진다. 모두 물을 아껴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