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나는 야생초의 모습
약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시기에 황대권 씨의 <야생초 편지>를 만났다.
저자는 갑자기 한 평짜리 방에 갇히는 수인의 신세가 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흔한 야생초를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는 비로소 가장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것들과 대면하게 되는데 바로 '생명'이다. 온갖 야생초들을 기르고 만나는 동안 그곳에서 향기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절실함이 저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거미를 관찰하고 청개구리를 키우며 자연과 관계를 맺고, 들국화 차와 야생초 무침들을 맛보며 평화까지 나눔하는 모습은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감옥살이를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간단한 작가 소개>
황대권 : 1955년 서울생. 서울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했다.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3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를 바우(Bau)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바꿔 종교생활도.... 그 후,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영국에 있는 슈마허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디자인과 농업생태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라남도 영광군 대마면 남산리에서 농부로 살면서 생명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 밑줄 긋기>
1.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2.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속의 만(慢)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도 숨어 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이지. 아무리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 할지라도 가만히 십 분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해 보일 수가 없다. 자연 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거든.
3.나는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연요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젊었던 시절에는 상대방과 대화할 적에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하고 싶어서 허겁지겁하곤 하여 자주 대화의 맥을 끊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떤 호흡이랄까 리듬이랄까 하는 것을 대화 중에 잡아내어 그 흐름 속에서 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하니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해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말하자면 자연류(自然流)를 터득한다고나 할까? 해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가 보다.
4.풀이든 나무든 인간과 더불어 사는 데 있어 서로에게 불편을 줄 정도로 비대해지거나 균형을 잃을 때 외에는 인공적으로 손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5.제비꽃의 씨방이 애초부터 땅에서 올라온다. 이런 것을 자가수정이라 하더군. 아직 벌 나비가 활동하기 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대나. 하긴 이성이 없으면 스스로 해결해야지....제비꽃은 향기가 좋아 향수와 염료의 원료로 쓰이고, 약초로서 관절염, 불면증, 변비 등에 잘 듣고, 살균작용이 강해 부스럼이나 타박상에 이파리를 짓찧어 상처에....
6.호박꽃이 피기전의 뾰족하게 생긴 꽃망울을 따다가 호박잎과 함께 쪄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7.잡초에 대한 생각의 변화 ; 잡스러운 풀, 원치 않는 장소에 난 모든 풀들, 잘못된 자리에 난 잘못된 풀 --> 그 가치가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풀(野草)
8.제초제를 사용하는, 풀을 제거하는 관행농법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가져오고, 식품오염을 가져오고, 생물종다양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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