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야 한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시 / 가톨릭신문
눈을 떠야 한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떠야 한다
눈을 뜨고 하늘의 별들
하나하나 바라보아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가라앉았다가 하늘로 올라가
한꺼번에 별이 된 저 어린 영혼들
별이 되어 파랗게 빛나고 있는 저 작은 꽃송이들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자꾸 희미해지는 별꽃들의 향기
깊이깊이 들이마셔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하여
기억하기 위하여
저 슬픈 별꽃들 가슴가슴 끌어안아야 한다
시리겠지 아프겠지
아리겠지 힘들겠지
시린 별도 별, 아린 별도 별
어찌 눈 감고 모르는 체 하랴
어찌 눈 감고 잊어버리랴
시린 별도 우리의 꿈
아린 별도 우리의 희망
그것들 다 바다 속 깊은 하늘로 떠나보내 버린 마음
어찌 아프지 않으랴
어찌 힘들지 않으랴
아픈 꿈도 꿈, 힘든 희망도 희망
더는 우리의 꿈과 희망
잃지 않기 위하여
버리지 않기 위하여
눈을 떠야 한다 자꾸만 감기는 눈
크게크게 떠야 한다
너무 아파 잊고 싶은 마음
너무 힘들어 버리고 싶은 마음
깨워야 한다 챙겨야 한다
저 하늘 속 깊은 바다에 피어 있는 별꽃들
물론 하느님의 품안에 새록새록 잠들어 있겠지
그렇겠지 그럴수록
사랑과 평화의 세상
눈 크게 뜨고 지켜야 한다
바르고 곧게 가꾸어야 한다
보아라 하느님도 가슴이 미어져
뚝뚝, 눈물의 봄비 흘리고 있다.
이은봉(李殷鳳): 1953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 출생.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첫눈 아침」, 「걸레옷을 입은 구름」 등이 있음. 한성기 문학상,유심 작품상, 가톨릭 문학상, 질마재문학상 등 수상. 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주일 미사에서 신부님께서 이 시를 낭독해 주신다.
난 추모일에 계룡산 동학사로 비사칠우모임에 참석한 후 자정을 넘겨 비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느라 어리석은 난리와 자동차 윈도브러쉬의 훼방때문에 비바람을 맞았지만,
정말 아파하시는 하느님께서 울부 짓는지 강풍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흔들고 굵은 빗방울을 옆으로 뿜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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