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부터 민들레가 집중한 것은 오직 가벼움이었습니다.
꽃대 위에 노란 꽃을 힘껏 밀어 올린 다음, 여름 내내 꽃 안에 있는 물기를 없애왔습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한 홀씨는 바람에게 들켜 바람의 갈피에 올라탈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
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
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 이문재, <민들레 압정> 중에서-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류시화, <민들레> 중에서 -
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 조미자, <하얀민들레> 중에서 -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 이해인, <민들레> 중에서 -
으라차차
바람의 화랭이가 되어
가벼웁게 날아가는 처녀비행
그 거리낌없는 솟구침,
그러나 홀씨에게도
절묘한 타이밍이 있다
제 몸 우주로 뽑아 올릴 최적의 바람이 불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리는 인내가 있다
홀씨 깊숙이 따라가 보면
오늘을 있게 한 민들레의 아픔이 있다
- 신종범, <민들레 홀씨> 중에서 -
겨우내 어두운 땅 속에 누워있다
얼굴 내밀어 봄 소식을 알려요.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 싶은 소식
봄은 따스한 금빛 햇살로 오고
떠났던 것 돌아 와 세상 밝아져요.
햇살이 꽃 잎에 내려와 앉아
얼어붙은 땅과 가슴을 녹여요.
고만한 키와 얼굴의 친구들 보며 웃고
봄이 왔음을 온 들에 알리고 난 후
작은 꽃으로 할 일 다 했다는 듯
어렵게 찾은 자리 미련 없이 떠나지요.
멋적은 이별의 말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