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부터 온 편지> 라는 다큐영화를 보고 한국 천주교회의 시대적 탄생배경과 신앙을 증거하기 위한 수 많은 순교자들, 그리고 최초의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의 모습을 보고 현대를 사는 나의 순교적 삶은 무엇인가?
댜큐에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 증언하는것이 순교인데, 죽음(피)으로써 진리를 증거하는 적색순교와, 땀으로써 증거하는 백색순교, 그리고 생명살리기로 증거하는 녹색순교가 있다. 녹색순교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살리기위해 스스로 불편하고 힘들고 어려운 삶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순교는 그분을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실천에 다름아니다. 오늘 본당 신부님의 강론도 같은 맥락이다. 신앙인은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 사랑을 선택했는데, 이는 중국집에서 짜장과 짬뽕을 두고 선택하는 가벼움이 아니라, 죽기를 각오하고 나갈 길을 선택한 것이니 온 몸과 마음과 열정으로 사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성 김대건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8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이 집전한 미사에 한국민과 교우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담은 축복의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이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김대건 신부는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며, 한국 백성들이 박해와 고통을 겪던 시기에도 지칠 줄 모르고 복음을 전하던 사도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보내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해 우리의 기도를 올려드릴 기회가 된다"고 부연했다. "성인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미움을 이기기에 선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기쁜 희망으로 드러내 보여주셨다"며 이를 본받아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은 평화와 희망이 형제애의 눈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갈 준비가 된 일꾼으로서의 사명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순교의 현대적 의미> 라는 장봉훈 주교님의 글이 같은 마음으로 다가와 첨부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200년 남짓한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만여 명의 순교자를 모시고 있다. 스스로 복음의 진리를 찾아 왔고, 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가 만여 명이 된다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자랑거리다. 100년이 넘게 지속된 혹독한 박해 중에도 선조들이 지켜 왔던 순교의 믿음은 한국 천주교회 신앙의 소중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이 유산을 길이 간직하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순교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순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혈색 순교다. 피 흘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본 의미의 순교다.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따르기 위하여 가장 귀한 목숨을 바치는 피 흘림이 있는 순교를 말한다. 또 하나는 백색 순교다. 매일 그리스도인 앞에 놓인 각자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기 위해 자기를 버리고 죽는 무혈의 순교를 말한다.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복음이 요구하는 삶을 철저히 살아감으로써 한 생애에 걸쳐 자신을 봉헌하는 피 흘림이 없는 영적인 순교를 말한다. 그리고 녹색 순교가 있다.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복음의 증인으로 한 생애를 오롯이 바치는 순교를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밀알 한 알의 원리를 그대로 살고 죽으심으로써(요한 12,24) 인류 구원이라는 풍성한 열매를 맺고 부활의 영광에 이르셨다. 이처럼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고국을 떠나 파견된 타국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민족과 똑같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한 생애를 봉헌하고 그 땅에 묻히는 것이 그리스도를 따라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지름길이라 굳게 믿고 ‘말’로 그리스도를 증언한 외방 선교사들이 바로 녹색 순교의 전형이다
순교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먼저 순교의 믿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아 그 응답으로 가장 귀한 생명까지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다. 순교는 하느님 사랑의 최고의 증거다. 순교는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사랑이다. 따라서 순교는 사랑의 완성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은 순교자는 하느님을 인생의 첫 자리에 모시고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생명을 다해 하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을 머리로만 안 것이 아니라 삶으로 철저하게 옮긴 사람이다.
또한 순교의 믿음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분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기 위하여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 순교는 주님이신 예수님을 가장 철저히 본받는 길이다. 순교는 그리스도와 가장 긴밀히 일치하는 방법이며 그리스도를 가장 철저히 따르는 길이다.
그리고 순교의 믿음의 기초는 부활 신앙이다. 순교의 믿음은 주님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는 순교야말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굳게 믿는 것이다. 순교는 십자가와 죽음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이다. 순교의 믿음은 주님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는 순교야말로 곧장 천상 낙원으로 인도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래서 순교자들은 고통 중에도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지혜 3,4) 있던 사람들이다.
오늘날 이 땅에는 박해 시대의 신앙의 선조들처럼 피의 순교를 요구하는 공적인 박해는 더 이상 없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물결, 그리고 과학 만능주의와 쾌락주의의 거센 물결은 무혈의 순교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안에서 복음적 삶에 충실히 응답하기 위하여 매순간 순교자적 용기와 결단에 바탕을 둔 백색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녹색 순교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가 북방 선교에 사명감을 가지고 투신해야 함은 시대적 요청이다. “제일 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광활한 아시아 대륙에 십자가를 세워야”(「아시아 교회」, 1항) 하는 시대적 사명이 한국 교회에 있다. 북한 선교, 중국과 몽골 선교, 나아가 해외 선교에 선교사로 한 생애를 봉헌할 평신도와 수도자 그리고 사제가 요구되고 있다.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순교다.
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우리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우리 선조들의 순교의 믿음을 본받아 이 시대에 우리 삶의 자리에서 순교자적 삶을 살기로 다시금 다짐해야 한다. 그 옛날 순교자들은 생명까지 아낌없이 바쳤는데, 오늘 우리는 무엇을 드려야 할지, 또한 주님을 철저히 따르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할지 깊이 묵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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